아름다운 단풍길의 낭만에 심취했다가 어딘가에서 올라오는 악취에 기분이 나빠질 때가 있죠. <br /><br />은행나무 열매 때문인데, 가을마다 소동을 일으키는 은행나무 문제를 '김진이 간다' 김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.<br /><br />[리포트]<br /> <br />우리나라 곳곳에 많이 심어있는 은행나무.<br /><br />이 은행나무는 병충해에 강하고 공기 정화 능력이 탁월해 가로수로 많은 사랑받는 나무입니다. <br /><br />그런데, 이 은행나무에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. 특히, 요즘 같은 가을철이면 골칫거리라고 하는데요. <br /><br />어떤 단점인지 제가 직접 취재하겠습니다. <br /><br />공원과 길가에 늘어서 가을 정취를 풍기는 은행나무. <br /><br />하지만 문제는 열매입니다. 거리에 떨어진 은행나무 열매는 언젠가부터 골칫덩이로 전락했습니다. <br /><br />코를 찌르는 냄새 때문인데 냄새의 원인은 껍질에 있는 은행산과 빌로볼이라는 성분 때문입니다. <br /><br /> <br />"악! 새 신발인데 (은행) 밟았어!" <br /><br /> <br />"엄청 냄새나요 (은행) 밟고 집에 들어가면 씻어야 해요. 신발 다 닦아야 해요"<br /><br /> <br />"차에 타면 차에서도 냄새가 나요" <br /><br />은행나무 주변 상인들도 악취와 바닥에 눌어붙은 찌꺼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습니다. <br /><br /><br />"조심해라 은행! 아우!" <br /><br />손님이 발길을 돌릴까봐 치우고 또 치워보지만 그때뿐입니다. <br /><br /> <br />"이렇게 쓸고 돌아보면 (은행이) 이 정도 또 떨어져 있으니까" <br /><br />환경미화원도 덩달아 바빠집니다. <br /><br />하루에도 몇 번씩 청소를 해보지만 무용지물. <br /><br /> <br />"아침에 깨끗하게 쓸었는데 또 이렇게 떨어져 있잖아요. 눌어붙어서 굳어 버리면 쓸리지 않아요." <br /><br />은행 열매의 악취는 어느 정도일까. 암모니아 냄새를 측정하는 기계로 재보니 280이 나옵니다. <br /><br /> <br />"그럼 길거리 하수구에서는 (악취 수치가) 얼마나 측정될까요? 은행 열매와 비교해 바로 측정해 보겠습니다." <br /><br />은행 냄새가 하수도 악취의 두배가 훨씬 넘는 수치입니다. <br /><br />가을마다 반복되는 냄새 전쟁 때문에 전국 지자체도 비상입니다. <br /><br />열매가 떨어지기 전에 미리 나무를 흔들어 털어버리는 작업이 한창인데요. <br /><br /> <br />"장대로 하다 보면 나뭇가지가 부러지기 때문에 기계로 흔들어서 (열매를) 따기 시작한 거예요" <br /><br />기계로 진동을 일으키자 열매가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집니다. <br /><br />한 그루 당, 50킬로그램이 넘는 은행이 나옵니다. <br /><br />은행이 열리는 암나무를 아예 뽑아버리고 수나무나 다른 종류로 바꾸기도 합니다. <br /><br /> <br />"느티나무로 수종을 바꾸는 거예요" <br /><br />은행나무 한 그루를 교체하는데 드는 비용은 보통 100만 원이 넘습니다. <br /><br />최근 5년 동안 전국의 은행나무를 교체하는데 57억 원이 사용됐습니다. <br /><br /> <br />"국민의 세금이 많이 나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." <br /><br />암나무 교체가 세금 낭비라는 지적에 다른 방법을 택한 곳도 있습니다. <br /><br />은행나무에 그물망을 설치해 열매를 받아 냅니다. <br /><br /> <br />"(은행을) 밟지 않으니까 악취가 별로 나지 않아서 주민들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."<br /><br />적은 비용에 악취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. <br /><br /> <br />"작년에는 (은행나무) 200여 그루를 옮겨 심었습니다. 그러다 보니 비용도 많이 들고요. 나무와 사람이 공존하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 우산 형태의 그물망을 채택해서 시험 가동 중입니다."<br /><br />악취 때문에 길거리 왕따가 된 은행나무. <br /><br />은행나무는 그러나 매연을 줄여주는 고마운 친구입니다. <br /><br />마구잡이로 뽑아내기보다는 시민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게 어떨까요? <br /><br />김진이 간다. 김진입니다.
